In da Stadium

Pudong Arena E석

cjuice_wakeup 2024. 12. 23. 23:54

 

 2024년 12월 3일, AFC 챔피언스 리그 엘리트 동아시아 리그 상하이 하이강 대 광주 경기.

 상하이 선수들은 동아시아 선두권을 달리는 광주의 기세를 다분히 의식하는 모습이었다. 상대의 압박을 유도하는 광주의 후방 빌드업에도 달려들지 않고 진형을 유지했지만, 광주 선수들은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공간을 만들어내 전진했다. 특히 정호연은 좌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과감한 패스를 넣어주고 조기에 역습을 끊는 등 공수의 활력소 역할을 했다.

 최전방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고군분투했던 장신 공격수 허율의 노력이 전반 38분 결실을 맺었다. 수비수를 등진 채 공을 받은 허율은 곧바로 샌드위치 마크를 당했지만 공 소유권을 잃지 않고 끝까지 달려가 오른발로 밀어 넣었다.

 한 점 앞선 채 후반을 시작한 광주는 상대 선수의 퇴장으로 수적 우위까지 점하며 승기를 잡는 듯했다. 그러나 주도권을 빼앗긴 상하이 선수들이 광주의 교묘한 견제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몇 차례 몸싸움이 있었고, 이에 흥분한 홈 관중들이 우레와 같은 야유로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일방적인 텃세 응원에 흔들린 광주는 이때부터 조금씩 수세에 몰렸다.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선 오스카는 이날 경기를 끝으로 상하이 하이강과의 8시즌 동행을 마무리했다. 5년 전에 비하면 눈에 띄게 느려진 모습이었지만 후반 31분 본인이 얻어낸 패널티킥으로 동점골을 성공시키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슈퍼리그의 투자 거품이 꺼지면서 스타 플레이어들이 하나둘 중국을 떠났지만, 오스카는 계약기간을 모두 채우고 3천억 원이 넘는 거액의 연봉을 거머쥔 채 팬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버블 시대'가 끝났다.